"전통에도 변주가 필요…달항아리 청자 빚어봐야죠"

입력 2022-12-29 17:48   수정 2022-12-30 02:26


경북 문경 영남요 작업장에서는 앳된 얼굴로 물레질을 하는 청년을 만나게 된다. 사기장 이수자인 도공 김지훈 씨(27·사진)다. 사기장은 도자기를 빚는 무형문화재로 아래 단계에 사기장 전수조교와 사기장 이수자가 있다.

그는 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경주 김씨 계림군파의 백자 기법을 9대째로 물려받았다. 할아버지 백산 김정옥(사기장)을 따라 하루에 9시간 이상 물레질을 하고 18시간 동안 가마 속 불길을 지킨다. 고등학교 때 처음 도자기 만드는 일을 시작한 이후로 10년 넘게 물레와 씨름했다. 그동안 2018년 대전 기능경기대회(도자기 직종)에서 금메달을 땄고, 이듬해 보문미술대전에서는 대상을 받았다.

스물일곱이지만 벌써부터 직업병이 생겼다. 김 이수자는 “오랜 시간 물레질을 하다 보니 척추디스크를 비롯해 각종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다”며 “불길을 지킬 때는 체력싸움이라 힘도 많이 든다”고 했다.

그런데도 도자기에 빠져든 이유가 뭘까. 그는 “완성된 백자를 보면 고통이 사라진다”고 했다. 우리 문화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통이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백자에는 우리네 문화와 심리가 담겨 있어요. 가업을 잇는 길이 곧 우리 정체성을 보전하는 방법이 되는 셈이라고 생각했어요.”

김 이수자가 특히 애착을 갖는 작품은 달항아리다. 비슷한 모양새를 갖췄지만 달항아리로 도공의 개성이 드러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보름달을 떠올릴 때 각자 생각하는 모양새가 다르듯 도공마다 색감과 형태가 미세하게 다르다”며 “흰색의 탁도와 농도에 따라 백자의 미학이 갈리는 것”이라고 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김경식 사기장 전수조교)를 이어 전통을 계승하는 중이지만 훗날 개성을 찾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그는 “전통을 잇는 일에 변주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백자를 좀 더 현대적으로 바꿔볼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달항아리를 청자로 빚어보겠다”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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